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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5, 2018 – 나의 https://antharch.blogspot.com 에서 썼던 글


ⓒKang Han

교회에 가지 않은지 얼마나 됐을까?

내가 본격적으로 천주교 성당에 발길을 끊게 된 것은 결혼식 이후였다.

(여기서부터는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고, 관심도 갖기 어려운 이야기일 것이다. 관심이 가더라도, ‘당신, 참 인생 복잡하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나는 결혼을 하면서, 교회 입장에서 보면 ‘국법 상으로 결혼했지만, 교회법적으로는 결혼하지 않은 채 이성과 함께 사는 신자’가 됐다. 우연한 계기에 사제에게 문의한 적이 있는데, 지금의 나는 고해성사를 받을 수 없고, 당연히 성체성사에도 참여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즉, ‘죄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가톨릭 신앙생활에 정상적(?!)으로 참여하려면, 천주교 신자도, 다른 교파 그리스도교 신자도 아닌 나의 아내와 함께 관면혼 예식을 해야 한다.

‘관면혼 예식을 해야 한다’고, 이렇게 글자로 쓰면 간단하지만, 사실 그리스도교를 전혀 좋아하지 않고, 극단적인 일부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에 치를 떠는 아내를 설득해서 천주교의 관면혼 예식을 함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잘 알겠지만, 관면혼이라는 것이 ‘내가 가톨릭 신자가 아닌 이성과 결혼해야 하겠으니 예식을 해야겠다’ 하고 마음 먹는다고 간단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우리 커플 같은 사람들이 관면혼을 하려면, 그 전에 ‘혼인 교리교육’을 먼저 받아야 한다. 내가 알아본 바로, 내가 갈 만한 서울 및 경기 북부의 혼인 교리교육은 대부분 주말 저녁에 있었고, 소정의 교육비를 내야 한다.

관면혼 예식도 우리 커플과 주례하는 사람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다. ‘증인들’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게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서양 영화 속 작은 교회에서의 결혼식 장면을 떠올려 보면 되겠다.)

정리하자면, 내가 관면혼을 받고 다시 천주교 신앙생활을 정상화(?!)하려면

① 그리스도교에 호감이라고는 거의 없는 아내를 관면혼에 함께하도록 설득하고,
② 아내와 함께 혼인 교리교육을 받고,
③ 증인들을 모셔 와서 성당에서 사제가 주례하는 예식을 거행하는,

크게 3단계의 과제가 놓여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3단계 과제 해결을 거의 포기한 상태다.

* 아래에 덧붙이는 글은, 이 같은 고민을 하다가 다소 화 또는 짜증이 나서 지난 6월에 썼던 페이스북 글과 댓글이다.


한국 천주교… 혼인성사 및 관면혼 예식 준비하는 예비부부 및 신혼부부 위한 혼인교리교육 말입니다. ‘무료’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가난한 청년부부에게 현금 2만 원은 작은 돈이 아니거든요.

교회 지도자들이 그토록 결혼하라고 기회 닿을 때마다 말씀하시면서, 왜 이런 데서 돈을 받는 것일까요?

(솔직히, 그 교육이란 게 저희 커플이 가서 앉아서 들을 만한 퀄리티일지 장담도 못하겠고…

(수도권 어느 교구의 경우, ‘예비군 훈련 정신교육 수준이었다’, ‘교육자 자신도 이런 교육을 앉아서 듣고 있는 수강생들에게 미안해 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

돈, 시간, 체력 다 부족한 사람들에게, 이런 교육은 공짜로 해 주셔도 갈까 말까랍니다.)

아무튼, 이런 것을 유료로 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스타일과도 안 맞는 것 같은데…?!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_-a;


저희 커플 두 사람 모두가 충성스러운 가톨릭 신자였다면,
부족한(?) 교구 예산을 고려한 강사비 목적 헌금으로 생각하고
기쁘게(?) 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현금 2만 원은 가난한 청년 커플에게 작은 돈이 아니’라고 우는 소리를 했지만
(저에게는 평일 닷새 동안 구내식당에서 점식식사를 하는 데 쓰는 비용임),

다르게 생각하면,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와 함께 교회 공동체에 참여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매달 내는 것도 아니고) 기쁘게 낼 수도 있겠지요.

다만, 저희 부부 모두 충성스러운 가톨릭 신자여야 한다는 전제부터가 깨져 있다 보니…
(아내는 비그리스도인, 남편은 관면혼을 미룬 결과 성체성사/고해성사 참여가 안 된다는 자의 반 타의 반 냉담교우(?).)

이런 상황이다 보니 더욱 이 2만 원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신자가 아닌 배우자를 설득해서 관면혼 예식을 받기 위해 준비하기에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더라고요.


친척 분 경험에 대해 그런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어요. 제 친척 중에도 非가톨릭인 사람과… 열성이라고 할 수는 없는 가톨릭 신자로 이뤄져 결혼을 하게 된 커플이 있었는데, 그 커플의 가족 중 한 분에게는, 일반 예식장에서 종교색 없이 거행한 그들의 결혼식보다… 그 전후에 성당에서 올린 천주교 관면혼 예식이 “진짜 결혼식”으로 여겨졌다고 전해 들었어요.

저도 일반병원사목을 지원하는 성가대 봉사를 잠시 하던 때, 동료 신자의 관면혼 예식이 병원 주일 미사 중에 매우 Holy하게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 한 켠이 따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가 하면, 척박한 본인의 현실에서는 ㅎㅎ ‘아니, 결혼식을 이미 그렇게 잘 치렀는데, 왜 성당에서 결혼식을 한 번 더 해야 돼? -_-;’ 하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것이지요.

가톨릭 교회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없는 신자였던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그냥 관면혼 예식 같은 것 없이… 각 개인의 신앙생활을 인정해 주고, 교회에서의 결혼 없이 부부가 된 뒤에도, 가톨릭 신자였던 개인은 신앙생활을 잘 해 나갈 수 있도록 해 주면 안 되는 건가? -_-;

이런 복잡한 장치를 만들어 둔 덕분에 갑자기 성당 문 밖으로 쫓겨난 듯한 이 상황은…… 제가 알아서 잘 풀어야 할 문제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 바쁜 세상에 참 답답하게 여겨지네요.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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