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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숲세트(전2권)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사미디어,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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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 그래서 우리 아버진 거의 술도 못 드시면서 집 안엔 온통 술투성이라니까. 왜 그런지 알겠어? 손님 접대를 하기 위해서야. 그러니까 맥주는 마음 놓고 실컷 마셔도 돼, 사양 말고.”

 
- p.147 미도리



  “어려운 일이지.”라고 미도리는 말했다. 그리고 연기를 바라보면서 얼마간 생각하는 듯했다. “아마도 너무 오래 기다린 탓일지도 몰라. 난 굉장히 완벽한 걸 원하고 있거든. 그래서 어려운 거야.”

  “완벽한 사랑을?”

  “아니, 아무리 내가 욕심쟁이라지만 거기까진 바라지 않아.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내 마음대로 하는 거야.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하는 것. 가령 지금 내가 자기에게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하면 말이야, 그러면 자기는 모든 걸 집어치우고 그걸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헐레벌떡 돌아와서 ‘자, 미도리, 딸기 쇼트케이크야.’ 하고 내밀겠지. 그러면 나는 ‘흥, 이런 건 이젠 먹고 싶지 않아.’ 그러면서 그걸 창밖으로 휙 내던지는 거야.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거란 말이야.”

  “그런 건 사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은데.” 하고 나는 조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관계있어. 자기가 알지 못할 뿐이야.”라고 미도리는 말했다. “여자에겐 말이야, 그런 게 굉장히 소중할 때가 있는 거야.”

  “딸기 쇼트케이크를 창문으로 내던지는 행동이?”

  “그래. 난 상대방 남자가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어. ‘알았어, 미도리. 내가 잘못했어. 네가 곧 딸기 쇼트케이크가 먹고 싶지 않게 되리라는 것쯤은 짐작했어야 했는데. 내가 당나귀 똥만큼이나 바보스럽고 둔했어. 사과할 겸 다시 한번 다른 걸 사다줄게. 뭐가 좋아? 초콜릿 무스, 아니면 치즈 케이크?’”

 
- pp.166~167, 미도리와 와타나베의 대화



  나는 테니스와 농구를 하고 있어요. 농구 팀은 환자(환자라는 말은 싫지만 어쩔 수 없지요.)와 스태프가 섞여서 이루어져 있어요. 하지만 게임에 열중하다 보면 누가 환자고 누가 스태프인지 점점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그건 어쩐지 이상한 일이에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게임을 하면서 주위를 보고 있자면, 너나 할 것 없이 똑같이 일그러져 있는 것같이 보여요.

  어느 날 담당 의사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옳다고 하셨습니다. 그는 우리가 이곳에 와 있는 건, 그 비뚤어진 것을 교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비뚤어진 것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고 했어요. 우리의 문제점 중 하나는, 그 비뚤어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있다고. 사람마다 걸음걸이에 버릇이 있듯이 느끼는 방식이나 사고방식, 사물에 대한 견해에도 버릇이 있고, 그것은 고치려 해도 갑자기 고쳐지는 것이 아니며, 무리하게 고치려들면 다른 데가 이상해져 버린다는 거예요. 물론 이건 지극히 단순화한 설명이고, 그런 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어느 한 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그가 말하려는 뜻을 어슴푸레하게나마 알 수 있었어요. 우리는 확실히 자신의 비뚤어짐에 잘 순응하지 못하고 있는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 비뚤어짐이 불러일으키는 현실적인 아픔이나 고통을 적절하게 자기 안에 자리매김할 수가 없어서, 또 그런 것에서 멀리 떨어지기 위해서 이곳에 들어와 있는건지도요. 이곳에 있는 한 우리는 타인을 괴롭히지 않아도 되고, 타인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돼요.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자신이 ‘비뚤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바로 그 점이 이곳이 바깥 세계와 전혀 다른 점이지요. 바깥 세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비뚤어짐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고 있거든요. 하지만 우리의 이 작은 세계에서는 비뚤어짐이야말로 전제조건인 것입니다. 우리는 인디언이 머리에 그 부족을 나타내는 깃털을 꽂고 있듯이, 비뚤어짐을 몸에 달고 있어요. 그리고 서로가 다치지 않도록 조용히 살고 있는 거예요.

 
- pp.187~188, 나오코의 편지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 / 소설가
출생 1949년 0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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