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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정열은 저승처럼 억센 것.
(아가 8,6)
소설 『사랑의 역사』는 한 소녀를 만나 일생을 '사랑하는 소년'으로 살 수 있었던, 살 수밖에 없었던 남자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소녀와의 만남 이전에 소설이 소년의 죽음 체험을 기술하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생애 최초로 경험한 죽음의 공포는 생애 최초로 경험한 사랑의 신비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사랑은 죽음만큼 강하다'고 성서에는 적혀 있다. 하나의 살덩어리에서 한 사람의 인간이 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죽음에 대한 통렬한 인식/공포와 그럼에도 혹은 그와 동시에 사회적 삶에 적극적으로 투신하기 위한 언어 습득이 있다. 죽음에의 공포 없이 삶은 시작할 수 없으며, 언어에 의한 이름짓기 없이 신체는 주체가 될 수 없다.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힘겨루기는 모든 텍스트가 가장 신중하게 다루는 주제일 뿐 아니라 가장 섬세한 언어 감수성과 생에 대한 통찰을 요구하는 거친 질료다.
- 2012년 1월, KSCRC 주최 퀴어아카데미, 김영옥 선생의 '사랑'에 대한 강좌 중에.
- 2012년 1월, KSCRC 주최 퀴어아카데미, 김영옥 선생의 '사랑'에 대한 강좌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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