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위한변론우리가잃어버린종교의참의미를찾아서 카테고리 종교 > 종교일반 지은이 카렌 암스트롱 (웅진지식하우스, 2010년) 상세보기 종교는 우리 마음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도록 가르치는 실천적 수련이다. 이 점은 이 책의 주요 주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종교적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기 전에는 종교의 가르침이 참된지 거짓인지 판단하겠다고 권위를 갖고 따져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종교의 교리를 의례나 윤리적 행동으로 옮겨 행했을 때만 참된지 거짓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도 다른 기술들처럼 인내와 노고와 훈련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일에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도 있고, 형편없이 서툰 사람도 있고, 뭐가 중요한지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종교인들..
노르웨이의숲세트(전2권)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사미디어, 2008년) 상세보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노르웨이의 숲 (下)》, 문사미디어(2008). 그렇게 그녀의 이미지는 밀물처럼 끊임없이 잇따라 내게로 밀려와서, 내 몸을 기묘한 장소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 기묘한 장소에서 나는 죽은 자와 함께 살았다. 거기에서는 나오코가 살아 있어서 나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포옹할 수도 있었다. - p.247 기즈키가 죽었을 때, 나는 그 죽음에서 한 가지를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체념으로써 받아들였다. 혹은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 그건 이런 것이었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분명 그건 진..
……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면 그 아픔이 결국 사라질 거라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손으로 계속 딱지를 건드리면서 그 상처가 낫길 바라서는 안 된다. 딱지는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환경에서 믿음을 갖고 시다리면 상처는 생각보다 더 빨리 회복된다. 그렇다면 건강한 환경이란 무엇일까? 심리치료에서 이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공존하는 관계,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연민을 갖는 관계가 있는 공간을 가리킨다. 이런 관계가 성립하려면 가장 친밀하면서도 서로에게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야 한다. 심리치료사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의 완전성을 믿어야 한다. 치유 과정에 대한 신뢰만 있다면 상처를 일부러 건드리고 딱지를 뜯어낼 필요가 없다. 믿음..
노르웨이의숲세트(전2권)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사미디어, 2008년) 상세보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노르웨이의 숲 (下)》, 문사미디어(2008). “비스킷 통에 여러 가지 비스킷이 가득 들어 있는데, 거기엔 좋아하는 것도 있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만 자꾸 먹어버리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거든. 난 괴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걸 겪어두면 나중에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통이라고.” - pp.206~207. 미도리의 말. 지금 자긴 콜라를 사러 갔고, 나는 그 틈을 이용해서 이 편지를 쓰고 있어. 벤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긴 나도 처음이야. 하지..
노르웨이의숲세트(전2권)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사미디어, 2008년) 상세보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노르웨이의 숲 (下)》, 문사미디어(2008). 무슨 소리를 하든, 세상 사람들이란 자기들이 믿고 싶은 말밖엔 믿지 않는 법이거든. - p.30. “저, 와타나베, 자긴 영어의 가정법 현재와 가정법 과거 차이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라고 갑자기 그녀가 내게 질문했다. “설명할 수 있을 거야.”라고 나는 말했다. “그럼 묻겠는데. 그런 게 일상생활 속에서 무슨 도움이 되지?” “일상생활에서 무슨 도움이 된다든가 하는 건 별로 없지.”라고 나는 말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그런 게 사물을 좀 더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
노르웨이의숲세트(전2권)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사미디어, 2008년) 상세보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노르웨이의 숲 (上)》, 문사미디어(2008). “그래. 하지만 만병통치일 수는 없고, 좋아지지 않는 사람도 많아. 그래도 다른 데서 못 고친 사람도 여기서 꽤 많이 회복되어 나간걸. 이곳의 가장 좋은 점은 모든 사람들이 서로서로 돕는다는 거야. 모두 자기가 불완전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서로 도우려고 해. 다른 곳에선 그렇지가 않지, 유감스럽지만. 다른 곳에선 의사는 어디까지나 의사이고, 환자는 어디까지는 환자일 뿐이야. 환자는 의사에게 도움을 청하고, 의사는 환자를 도와주는 거지. 그렇지만 여기서 우리는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 우린 서로..
노르웨이의숲세트(전2권)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사미디어, 2008년) 상세보기 “……(전략)…… 그래서 우리 아버진 거의 술도 못 드시면서 집 안엔 온통 술투성이라니까. 왜 그런지 알겠어? 손님 접대를 하기 위해서야. 그러니까 맥주는 마음 놓고 실컷 마셔도 돼, 사양 말고.” - p.147 미도리 “어려운 일이지.”라고 미도리는 말했다. 그리고 연기를 바라보면서 얼마간 생각하는 듯했다. “아마도 너무 오래 기다린 탓일지도 몰라. 난 굉장히 완벽한 걸 원하고 있거든. 그래서 어려운 거야.” “완벽한 사랑을?” “아니, 아무리 내가 욕심쟁이라지만 거기까진 바라지 않아.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내 마음대로 하는 거야.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하는 것. 가령 지금 내..
노르웨이의숲세트(전2권)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사미디어, 2008년) 상세보기 나가사와는 몇 가지 상반되는 특징을 아주 극단적인 형태로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때로는 나조차 감동할 정도로 친절했지만 그와 동시에 지나치게 심술궂은 면이 있었다. 그는 깜짝 놀랄 만큼 고귀한 정신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별수 없는 속물이기도 했다. 사람들을 이끌어 낙천적으로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그 마음은 고독하고 음울한 진흙 구덩이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의 내면에 있는 이율배반성을 처음부터 명백히 느끼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째서 그의 그런 면이 보이지 않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그 나름의 지옥을 부둥켜안고 살고 있는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노르웨이의 숲 (上)》, 문사미디어(2008). 노르웨이의숲세트(전2권)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사미디어, 2008년) 상세보기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제가 여기서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간명한 테마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와 동시에 한 시대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것인 동시에, 외부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누구나 그 싸움에서 살아남게 되는 건 아닙니다. - p.6 (〈한국어판에 부치는 저자의 서문〉..
히브리인은 자신의 종교가 본질적으로 일신교적인 요소가 있다고 계속 주장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이원론으로 이행하고 있었다. 분명히 그들은 일신론자였고, 단 하나의 신이 있었으며 그 이름은 야훼였다. 이 신은 전능했다. 그러므로 이제 이 신은 전적으로 선했으므로 악은 신의 본성과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악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러한 악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히브리인은 이원론으로 방향을 옮겨야 했다. 일신론에서 멀어지는 어떠한 행위도 심각한 신성 모독으로 여겨졌던 히브리인은 자신의 종교에 스스로 무엇을 끌어들인 것인지 완전하게 인식하지는 못했다. 심지어 외경에서도 악마의 기원이나 본성이 전적으로 악이라고 명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는다. 명시적인 일원론과 암묵적인 이원론 사이의 긴장관계야말로 유대교와 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지영 (푸른숲, 2005년) 상세보기 알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외삼촌이 슬픈 어조로 내게 충고했듯이 깨달으려면 아파야 하는데, 그게 남이든 자기 자신이든 아프려면 바라봐야 하고, 느껴야 하고, 이해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깨달음이 바탕이 되는 진정한 삶은 연민 없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연민은 이해 없이 존재하지 않고, 이해는 관심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관심이다. 정말 몰랐다고, 말한 큰오빠는 그러므로 나를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를 업어주고,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언제나 나를 걱정한다고 말했지만, 내가 왜 그렇게 변해가는지 그는 모르겠다, 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모른다, 라는 말은 어쩌면 면죄의 말이 아니라..
페스트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알베르 카뮈 (책세상, 1998년) 상세보기 처음으로 ‘페스트’라는 말이 이제 막 사람들의 입 밖에 나왔다. 베르나르 리유를 그의 집 창 너머에 앉혀놓고 있는 이야기의 이 대목에서, 서술자가 그 의사의 의아해하고 놀라워하는 심정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을 허락해주기 바란다. 왜냐하면 몇몇 뉘앙스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그가 보이고 있는 반응은 우리 대부분의 시민들의 반응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재앙이란 모두가 다 같이 겪는 것이지만 그것이 막상 우리의 머리 위에 떨어지면 여간해서 믿기 어려운 것이 된다. 이 세상에는 전쟁만큼이나 많은 페스트가 있어왔다. 그러면서도 페스트나 전쟁이나 마찬가지로 그것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언제나 속수무책이었다. 따라서..
고개 숙인 수정주의(한국 현대사의 역사사회학)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전상인 (전통과현대, 2001년) 상세보기 "이 글에서 '한국전쟁'이라는 명칭은 편의적으로 선택되었다. 엄밀하게 말해 한국전쟁이라는 호칭은 외국, 특히 미국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전쟁이라는 개념이 타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역사상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으로서 1950-53년의 것이 유일한 것이어야만 한다. 사실상 한국전쟁이라는 용어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한민족과 '맞서' 싸운 전쟁을 뜻한다. 미국은 이미 1871년의 신미양요를 한국전쟁이라 불렀거니와(백성현·이한우, 1999:331 참조), 1980년대 이후 한국전쟁 연구를 본격화한 미국의 수정주의 학파에서는 1950년대의 한국전쟁을 한국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못박는 데 결정적..
고개 숙인 수정주의(한국 현대사의 역사사회학)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전상인 (전통과현대, 2001년) 상세보기 한국전쟁에 대한 사회사적 접근이 거의 전무한 까닭은 우리 학계가 부지불식간에 구미(歐美)의 연구경향을 추종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한국전쟁 연구 자체를 우리가 선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전쟁이 끝난 뒤 우리는 감정적 차원의 증오심과 적개심만 키워왔을 뿐, 한국전쟁을 학문적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데는 크게 소홀하였다. 한국전쟁 연구가 처음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은 오히려 미국이었고, 그것도 좌파 수정주의의 세례를 통해서였다. 그리하여 한국전쟁 연구의 초점은 그것의 기원이나 발발, 혹은 냉전과 국제정치에 맞춰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한국전쟁에 대한 가설이 난무하고 관점이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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