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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수정주의(한국 현대사의 역사사회학)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전상인 (전통과현대,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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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서 '한국전쟁'이라는 명칭은 편의적으로 선택되었다. 엄밀하게 말해 한국전쟁이라는 호칭은 외국, 특히 미국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전쟁이라는 개념이 타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역사상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으로서 1950-53년의 것이 유일한 것이어야만 한다. 사실상 한국전쟁이라는 용어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한민족과 '맞서' 싸운 전쟁을 뜻한다. 미국은 이미 1871년의 신미양요를 한국전쟁이라 불렀거니와(백성현·이한우, 1999:331 참조), 1980년대 이후 한국전쟁 연구를 본격화한 미국의 수정주의 학파에서는 1950년대의 한국전쟁을 한국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못박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멕시코전쟁이나 베트남전쟁, 혹은 걸프전쟁과 用例가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한국전쟁이라는 이름은 미국과 '함께' 싸운 한국정부나 남한주민을 배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한국전쟁을 '6·25'라고 부르는 것도 적절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것을 사변이나 동란이라 말하든 전쟁이라 부르든 상관없이 숫자만을 부각시키는 방식은 마치 '증류수'처럼 아무런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6·25라는 호칭은 한국전쟁의 전체 진행과정을 다 포용할 수도 없다. 그것은 김일성과 스탈린의 '남침' 전쟁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이승만과 맥아더의 '북진' 전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10·1'이라는 날짜가 따로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이후의 휴전까지 한국전쟁은 사실상 미중전쟁이었다. 북한이 처음부터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명명(命名)하고 있다는 점과 전쟁에 대한 이름하나 제대로 못 붙이고 있는 우리 사회는 너무나 대조적이다(전상인, "'이름없는' 전쟁 쓸쓸한 50돌," 「문화일보」 2000. 6. 23)."


- 전상인, 「한국전쟁의 사회학: 사회적 변화화 사회적 유산」, 『고개숙인 수정주의 - 한국현대사의 역사사회학』, 전통과 현대(2001), 164쪽 1번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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