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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공지영 (푸른숲,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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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외삼촌이 슬픈 어조로 내게 충고했듯이 깨달으려면 아파야 하는데, 그게 남이든 자기 자신이든 아프려면 바라봐야 하고, 느껴야 하고, 이해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깨달음이 바탕이 되는 진정한 삶은 연민 없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연민은 이해 없이 존재하지 않고, 이해는 관심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관심이다. 정말 몰랐다고, 말한 큰오빠는 그러므로 나를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를 업어주고,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언제나 나를 걱정한다고 말했지만, 내가 왜 그렇게 변해가는지 그는 모르겠다, 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모른다, 라는 말은 어쩌면 면죄의 말이 아니라, 사랑의 반대말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정의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연민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이해의 반대말이기도 하며 인간들이 서로 가져야 할 모든 진정한 연대의식의 반대말이기도 한 것이다.

 

-       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푸른숲(2005), pp.247~248.



공지영 / 소설가
출생 1963년 1월 31일
신체
팬카페 공지영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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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조는 제가 한 거예요. 원문과 무관함.

  출근길에 읽은 부분인데 왠지 가슴을 찌르는 문장들이라 옮겨적어 봅니다.

  가족이든 애인이든 친구든, 누군가와 입씨름을 하다가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네 속을 모르겠다." 식의 말을 할 때가 있어요. 또, 나는 바쁘고, 시간이 없고, 가난하고, 중요한 사람이므로 그런 것까지 알 수 없다고 말할 때도 많고. 그게 참 쉬운 말이고, 자기 책임 회피할 때 흔히 하는 말이고, 상대방을 비난할 때도 하는 말인데, 여러 모로 상처를 주는 말인 것 같네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물론 모든 걸 알 수도 없고, 신이 아닌 이상 모든 일에 관여할 수도 없지만 말예요.

 

 

* 에고, 일요일 저녁이 가장 우울해요. 친구한테 듣기로는 모든 직장인이 그렇고, 너도 직장인인 이상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은 계속 그럴 것이다, 라는 말을 듣고 더 막막해졌지요. 그래도 용감하게 이 악물고 출근하면 좀 나아진답니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죠. ^^ 좋은 한 주 보내세요.



   - 2009. 7. 13. 월
      Juventas 클럽에 올린 글.

      (트위터 연동과 관련하여 시험 삼아 올립니다.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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