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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브리인은 자신의 종교가 본질적으로 일신교적인 요소가 있다고 계속 주장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이원론으로 이행하고 있었다. 분명히 그들은 일신론자였고, 단 하나의 신이 있었으며 그 이름은 야훼였다. 이 신은 전능했다. 그러므로 이제 이 신은 전적으로 선했으므로 악은 신의 본성과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악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러한 악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히브리인은 이원론으로 방향을 옮겨야 했다. 일신론에서 멀어지는 어떠한 행위도 심각한 신성 모독으로 여겨졌던 히브리인은 자신의 종교에 스스로 무엇을 끌어들인 것인지 완전하게 인식하지는 못했다. 심지어 외경에서도 악마의 기원이나 본성이 전적으로 악이라고 명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는다. 명시적인 일원론과 암묵적인 이원론 사이의 긴장관계야말로 유대교와 기독교의 특성이 되었다.

  -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영범 옮김, 《데블: 고대로부터 원시 기독교까지 악의 인격화》, 르네상스(2006), p.236.


  육경에는 히브리교에 다신론적인 요소가 남아 있다는 증거가 있다. 육경에 있는 엘로히스트의 자료에서는 신을 지칭할 때 일관되게 복수형(Elohim, '신들')을 사용한다. 「창세기」 3장 5절에서 뱀은 이브에게 나무의 열매를 따먹으면 이브와 아담은 신들처럼 될 것이라고 말한다. 때로 신은 권위의 대표자가 하나 이상임을 나타내는 대명사 '우리(we)'란 말을 사용한다. 신은 모세 오경과 이후에 나타나는 문헌에서 하늘의 법정에 둘러싸인 만군의 신으로 나타난다. 이런 천상의 조신들은 가나안 종교의 '신의 아들들'에 상응하는 '주의 아들들'이란 의미의 베네 엘로힘(bene ba-elohim)으로 불린다. 가나안에서 이 '아들들'은 신의 원리가 현시된 신들이다. 히브리 종교의 원관념에는 분명히 야훼도 제우스나 보탄(Wotan)에 필적하는 신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만신(萬神)이라는 관념은 엄격한 일신교로 인해 사라지고 있었고, 자손들(banim)은 어둠의 존재들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신으로부터 신적인 본성의 악한 측면을 분리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영범 옮김, 《데블: 고대로부터 원시 기독교까지 악의 인격화》, 르네상스(2006), pp.237-238.


데블(고대로부터 원시 기독교까지 악의 인격화)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제프리 버튼 러셀 (르네상스(최미화),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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