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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숲세트(전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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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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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노르웨이의 숲 (下)》, 문사미디어(2008).
그렇게 그녀의 이미지는 밀물처럼 끊임없이 잇따라 내게로 밀려와서, 내 몸을 기묘한 장소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 기묘한 장소에서 나는 죽은 자와 함께 살았다. 거기에서는 나오코가 살아 있어서 나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포옹할 수도 있었다.
- p.247
기즈키가 죽었을 때, 나는 그 죽음에서 한 가지를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체념으로써 받아들였다. 혹은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 그건 이런 것이었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분명 그건 진실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동시에 죽음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배워야만 할 진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나오코의 죽음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이런 것이었다. 그 어떤 진리로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는 것. 그 어떤 진리도, 그 어떤 성실함도, 그 어떤 강인함도, 그 어떤 부드러움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 슬픔을 실컷 슬퍼한 끝에 그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우는 길밖에 없으며, 그리고 그렇게 배운 무엇인가도 다음에 닥쳐오는 예기치 않은 슬픔에 대해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혼자서 그 밤의 파도 소리를 듣고,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매일처럼 골똘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위스키를 몇 병씩 비우고, 빵을 씹으며, 물통의 물을 마시고, 머리에 모래를 뒤집어쓴 채, 배낭을 메고 초가을의 해안을 서쪽을 향하여 계속 걸었다.
- pp.24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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