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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숲세트(전2권)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사미디어,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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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노르웨이의 숲 (上)》, 문사미디어(2008).


  “그래. 하지만 만병통치일 수는 없고, 좋아지지 않는 사람도 많아. 그래도 다른 데서 못 고친 사람도 여기서 꽤 많이 회복되어 나간걸. 이곳의 가장 좋은 점은 모든 사람들이 서로서로 돕는다는 거야. 모두 자기가 불완전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서로 도우려고 해. 다른 곳에선 그렇지가 않지, 유감스럽지만. 다른 곳에선 의사는 어디까지나 의사이고, 환자는 어디까지는 환자일 뿐이야. 환자는 의사에게 도움을 청하고, 의사는 환자를 도와주는 거지. 그렇지만 여기서 우리는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 우린 서로의 거울이고, 의사는 우리의 동료인 거지. 곁에서 우릴 지켜보고 있다가 뭔가 필요하구나, 하고 느끼면 어느새 다가와서 도와주지만, 어떤 때는 우리가 그들을 돕기도 해. 그 말은, 경우에 따라선 우리가 그들보다 낫다는 거야. 예를 들어 나는 어떤 의사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또 다른 환자는 간호사에게 불어를 가르치거든. 말하자면 그런 것들이야. 우리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겐 전문적인 재능을 지닌 사람이 꽤 많아. 그래서 여기서는 모두 평등해. 환자도, 직원도, 그리고 학생도. 학생도 여기에 있는 동안은 우리의 한 동료니까 나는 학생을 돕고, 학생도 나를 돕는 거지.” 레이코 씨는 얼굴에 부드럽게 주름을 지으면서 웃었다. “학생은 나오코를 도와주고, 나오코는 학생을 돕는 거야.”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구체적으로?”

 
“우선 첫째로 상대방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것, 그리고 자기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것. 둘째는 정직해질 것. 거짓말을 하거나 꾸며대거나,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속이지 않을 것. 그러면 되는 거야.”

 
- pp.206-207. (레이코와 와타나베의 대화)



 
“그렇군요. 그럴지도 모르죠.”라고 나는 말했다. “남들과 같이하는 게임 같은 건 옛날부터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건 뭘 해도 제대로 열중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어져 버리거든요.”

 
- p.241. (와타나베의 말; 하니도 그러합니다.^^)



 
“나오코는 자주 저런 상태에 빠지나요?”라고 나는 물어보았다.

 
“그래, 가끔은.” 하고 레이코 씨는 이번엔 왼손을 보며 말했다. “가끔 저렇게 되거든. 흥분하고, 울고. 그래도 차라리 저런 상태는 나름대로 좋은 거야. 감정을 드러내 보이니까. 무서운 건 그걸 겉으로 드러낼 수 없어졌을 때야. 그렇게 되면 감정이 몸속에 쌓여서 점점 굳어가거든. 온갖 감정이 뭉쳐 몸속에서 죽어가지. 그 지경이 되면 큰일이야.”

 
- pp.241-242. (와타나베와 레이코의 대화; 진선이 “맞아.” 하고 공감한 부분)



  “……(전략)…… 처음에도 말했지만 저 아이를 돕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저 아이를 회복시킴으로써 자기도 회복되기를 바라야 하는 거야. 그게 이곳의 방법이니까. 그러니까 자기도 여러 가지 일을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는 거지, 여기서는. 밖에선 모든 걸 다 정직하게 말하는 건 아니잖아?”

 
- p.242. (레이코의 말)



  “……(전략)…… 나오코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자기 자신도 소중하게 여겨야지.”

 
- p.245. (레이코의 말)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거야. 바흐라든가 모차르트, 스카를라티, 그런 사람들의 소품부터 치기 시작했지. 물론 오랜 공백이 있었으니 쉽게 감각이 돌아오진 않았어. 손놀림도 예전에 비하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하지만 기뻤어.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피아노를 치고 있으려니까, 내가 얼마만큼 음악을 좋아했는지 온몸으로 느껴질 정도였어. 그리고 얼마나 음악에 굶주리고 있었던가 하는 것도 아울러서. 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게 말이야.

 
좀 전에도 얘기했지만 난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쳐왔는데, 생각해보니 나 자신을 위해서 피아노를 쳤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거나, 과목의 지정곡이라서, 아니면 남을 감탄시키기 위해서 등등, 그저 그런 일로만 계속 피아노를 쳐왔던 거야. 물론 그건 그것대로 중요한 일이긴 해, 한 가지 악기를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말이야.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은 자신을 위해서 음악을 연주해야만 하거든. 음악이란 그런 거야. 나는 엘리트 코스에서 탈락된 후 그것도 서른하나나 둘이 되어서 비로소 그걸 깨달은 거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집안일을 재빨리 해치우고는 한두 시간 정도 내가 좋아하는 곡을 쳤어. 거기까진 아무 탈이 없었어. 그렇잖아?”

 
- pp.253-254. (레이코의 말)



 
“그런데 왜 자긴 그런 사람들만 좋아하는 거야?”라고 나오코가 말했다. “우린 모두 어딘가 뒤틀리고, 비뚤어지고, 제대로 헤엄을 칠 수 없어서 자꾸만 물속으로 가라앉기만 하는 인간들이야. 나도 기즈키도 레이코 언니도, 모두 그래. 어째서 좀 더 정상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거야?”

 
“그건, 내겐 그렇게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야.”

 
나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그렇게 대답했다. “나오코나 기즈키나 레이코 씨가 어딘지 비뚤어져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거든. 내가 생각하는 어딘가 비뚤어진 사람들은 다들 멀쩡히 바깥 세계를 활보하고 있어.”

 
- p.294. (나오코와 와타나베의 대화)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 / 소설가
출생 1949년 0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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