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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 7,9-17

선택된 이들의 무리인 교회

그다음에 내가 보니, 아무도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큰 무리가 있었습니다. 모든 민족과 종족과 백성과 언어권에서 나온 그들은, 희고 긴 겉옷을 입고 손에는 야자나무 가지를 들고서 어좌 앞에 또 어린양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들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구원은 어좌에 앉아 계신 우리 하느님과 어린양의 것입니다.”

그러자 모든 천사가 어좌와 원로들과 네 생물 둘레에 서 있다가, 어좌 앞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하느님께 경배하며 말하였습니다. “아멘. 우리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과 지혜와 감사와 영예와 권능과 힘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그때에 원로 가운데 하나가, “희고 긴 겉옷을 입은 저 사람들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느냐?” 하고 나에게 물었습니다.

“원로님, 원로님께서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하고 내가 대답하였더니, 그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저 사람들은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이다. 저들은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의 어좌 앞에 있고 그분의 성전에서 밤낮으로 그분을 섬기고 있다. 어좌에 앉아 계신 분께서 그들을 덮는 천막이 되어 주실 것이다. 그들이 다시는 주리지도 목마르지도 않을 것이며 해도 그 어떠한 열기도 그들에게 내리쬐지 않을 것이다. 어좌 한가운데에 계신 어린양이 목자처럼 그들을 돌보시고 생명의 샘으로 그들을 이끌어 주실 것이며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요한 묵시록 중 흰옷을 입은 사람들에 대한 표현이 인상적인 부분이다. 2019년 부활 제4주일 제2독서로 이 말씀이 봉독되는 것을 듣고 메모해 둔 기록을 이제야 옮긴다.

  나는 2015년에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분이 자신의 아버지를 비롯해 한국전쟁 중 납북되어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며, 이 성경을 인용했다. 돌아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을(안타깝게도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되었는지 소식도 알 수 없는) 납북자들은 하느님 곁에서 희고 긴 겉옷을 입은 사람들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씀이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희생 또는 죽음이 헛되지 않고, 그들은 우리가 지금은 가 닿을 수 없는 성스러운 곳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라는 소망에서 떠올리는 연상일 것이다.

The Angel of Revelation / William Blake (출처 : https://www.wikiart.org/en/william-blake/the-angel-of-revelation-18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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