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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일 아침, 늦은 식사를 하는 동안 Youtube로 생중계되는 주일 미사 동영상을 켜 두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천주교 의정부교구청 경당에서 교구장 이기헌 주교님 주례로 봉헌되는 주일 미사였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한국 천주교 여러 교구의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 중단도 길어지고 있다.

나는 어차피 일요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몇 달째 이어지면서, 미사는 1년에 3번만(부활, 성탄, 그리고 가족 기일이 많은 여름) 참여하기로 마음 먹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영상 미사라도 보는 일이 많아진 것은 나 스스로 흥미로운 일이다.

특히, 결혼 후 이른바 '조당'으로 인해 영성체도 고해성사도 못하던 때 관심을 가졌던 '신령성체'가 최근 가톨릭교회에서는 이슈였다. 대다수 신자들에게는 낯설은 것이었을 이 신령성체라는 개념을 교회가 설명하고, 이를 위한 기도문까지 배포하는 상황이 됐으니 말이다(천주교 의정부교구 홈페이지 공지사항 '신령성체에 관하여' 참고).

인터넷 신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3월 19일에 번역 소개한 글 '코로나 19로 생겨날 가톨릭교회의 변화'도 신령성체를 중요하게 언급하고 있다. 해당 부분을 통째로 인용한다.


"“신령성체”(Spiritual Communion)의 신학

가톨릭적 관점에서 봤을 때, 아마도 이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격리봉쇄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일요일에 미사를 보러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때마침 사순시기이고, 많은 신자는 성주간 전례에 직접 참여하여 성체를 받아 모시는 대신에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로 성주간 전례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 절절한 현실이다.

이러한 여러 제한조치들 속에서, 많은 사목자와 신학자들은 이것은 어쩌면 전통적인 “신령성체”(영적 영성체)의 개념에 쌓인 먼지를 털어낼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즉, 이러저러한 이유로 교회에 갈 수 없거나, 갈 수 있어도 영성체가 금지된 사람들이 미사와 성체성사에 일종의 참여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주 짧게 말하자면, 성체를 받아 모시고자 하는 원의는 그 자체로 은총이며, 어떤 이가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 안에서 그 원의를 봉헌한다면 그것은 더 큰 은총을 받고 영적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아고스티노 마르케토 대주교는 교황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원숙한 교회사 학자다. 그는 영성체를 할 수 없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기도할 것을 권고한다.

“저의 예수님, 성찬의 빵 안에 당신이 현존해 계심을 믿습니다. 저는 그 모든 것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고, 내 영혼 안에 당신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내가 성사적으로 당신을 받아 모실 수 없는 동안에는, 그래도 영적으로라도 내 영혼 안에 들어오소서.”

(짧게 쉬면서 자신을 예수님과 하나가 되게 한다)

“당신께서 오셨으므로, 저는 당신을 껴안고 나의 모든 자아를 당신과 하나되게 합니다. 내가 당신에게서 절대 떨어지게 하지 마소서.”

떨어져 있어야 할 순간에, 의심할 바 없이 꽤 괜찮은, 그리고 아마도 그래야 할 기도다."


코로나19 이후의 삶은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할 만큼, 과거와 전혀 다를 것이라는 말이 많다.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그리스도교 신앙생활도 그만큼 변화하게 될까?

아무튼, 교회에 가지 못하니, 미지근하던 나의 신앙심이 다시 뜨거워지는 것과 같은 현상은 재미있고, 조금은 우스운 일 같기도 하다. 마치 기말고사를 앞두고 소설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험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학창시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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