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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정치학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시노하라 하지메 (산해,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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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은 확실히 제1차 세계대전의 그것과는 달랐다. 20세기 전반의 생생한 유럽 역사에 대해 가장 뛰어난 증인 슈테판 츠바이크(S. Zweig)는 자신의 회고록 『어제의 세계』에서 그런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1914년의 여름은, 그것이 유럽에 가져다준 재앙이 없었어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여름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해 여름만큼 풍부하게 느끼고 또 아름다운, 뭐랄까 정말 여름다운 여름을 체험한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매일 하늘은 마치 비단처럼 투명하게 푸르렀으며, 공기는 부드러웠지만 지나치게 덥지는 않았으며, 목장은 향기로이 따뜻했으며, 초록의 수풀은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암살된 후에도 피서지는 떠들썩했으며, 또 사람들 사이에는 "괴로움을 알지 못하는 그런 기분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938년 3월, 즉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1년 반 전의 유럽은 이와는 전혀 달랐으며 어두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나치스의 진출로 인해 오스트리아의 상황은 일찍부터 악화되었으며, 셰익스피어의 말을 빌린다면 "이처럼 더러운 하늘은 태풍이 한번 불지 않으면 결코 깨끗해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리고 "1938년 오스트리아 합병 이후에는 우리의 세계에 이미 그 이전 몇 백 년 동안 그런 예가 없을 정도로 비인간성과 무법과 잔악함에 익숙해져버렸다. 이전이라면 그런 불행한 일이 빈의 거리에 일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제적으로 추방되었을 텐데, 1938년에는 세계의 양심들이 침묵하거나 혹은 조금씩밖에 말하지 않다가 결국에는 그것도 잊어버리고 마는 그런 모습이었다."


  1939년 9월 1일 전쟁이 발발하던 날, 츠바이크는 영국의 어느 조용한 시골로 옮겨갔다. 그는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요즈음만큼 두려움과 더불어 세계사적 사건에 대한 인간의 무력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라고 적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런 무력한 인간들을 짓눌러 으깨는 대사건이 일어났다. 츠바이크는 세상에 대해 절망했으며, 그 후 리오 데 자네이로의 한 교외에서 갓 재혼한 아내와 함께 자살하고 말았다. 그 옆에 한 통의 유언장을 남긴 채. "모든 친구들에게 인사를 보냅니다! 그대들은 이 깊은 밤이 지나간 후에 오게 될 서광을 볼 수 있기를! 저는, 무척이나 성질이 급한 저는 먼저 갑니다."

  

  - 504~505쪽.



  

  하지메의 『역사정치학』의 마지막 부분이다. 어제(목요일) "역사와 정치변동" 수업에서 이 책의 마지막 부분(파시즘과 제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 『어제의 세계』는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그의 글은 에곤 실레에 대한 구로이 센지의 책에도 언급되어 있다. 그 부분에서는 1차대전이 발발하던 시기 오스트리아에서 일었던 민족주의적, 애국주의적 열광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 2007.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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