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정열은 저승처럼 억센 것. (아가 8,6) 소설 『사랑의 역사』는 한 소녀를 만나 일생을 '사랑하는 소년'으로 살 수 있었던, 살 수밖에 없었던 남자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소녀와의 만남 이전에 소설이 소년의 죽음 체험을 기술하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생애 최초로 경험한 죽음의 공포는 생애 최초로 경험한 사랑의 신비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사랑은 죽음만큼 강하다'고 성서에는 적혀 있다. 하나의 살덩어리에서 한 사람의 인간이 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죽음에 대한 통렬한 인식/공포와 그럼에도 혹은 그와 동시에 사회적 삶에 적극적으로 투신하기 위한 언어 습득이 있다. 죽음에의 공포 없이 삶은 시작할 수 없으며, 언어에 의한 이름짓기 없이 신체는 주체가 될 수 없다. 에로스와 타나..
신을위한변론우리가잃어버린종교의참의미를찾아서 카테고리 종교 > 종교일반 지은이 카렌 암스트롱 (웅진지식하우스, 2010년) 상세보기 종교는 우리 마음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도록 가르치는 실천적 수련이다. 이 점은 이 책의 주요 주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종교적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기 전에는 종교의 가르침이 참된지 거짓인지 판단하겠다고 권위를 갖고 따져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종교의 교리를 의례나 윤리적 행동으로 옮겨 행했을 때만 참된지 거짓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도 다른 기술들처럼 인내와 노고와 훈련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일에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도 있고, 형편없이 서툰 사람도 있고, 뭐가 중요한지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종교인들..
2 내게 귀를 기울이시라고 나 소리 높여 하느님께, 나 소리 높여 하느님께 부르짖네. 3 곤경의 날에 내가 주님을 찾네. 밤에도 내 손을 벌리지만 지칠 줄 모르고 내 영혼은 위로도 마다하네. 4 하느님을 생각하니 한숨만 나오고 생각을 거듭할수록 내 얼이 아뜩해지네. 셀라 5 당신께서 제 눈꺼풀을 붙잡으시니 불안하여 말도 채 못합니다. 6 저는 그 먼 옛날을 회상하고 아득히 먼 시절을 생각합니다. 7 밤새 마음속으로 되새기고 묵상하며 정신을 가다듬어 헤아려 봅니다. (시편 77,2-7) 어느 날, 평화방송의 어느 프로그램을 보다 '시작기도'에서 눈에 들어온 부분...
시편 51 51(50) 1 [지휘자에게. 시편. 다윗. 2 그가 밧 세바와 정을 통한 뒤 예언자 나탄이 그에게 왔을 때] 3 하느님, 당신 자애에 따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의 죄악을 지워 주소서. 4 저의 죄에서 저를 말끔히 씻으시소 저희 잘못에서 저를 깨끗이 하소서. 5 저의 죄악을 제가 알고 있으며 저의 잘못이 늘 제 앞에 있습니다. 6 당신께, 오로지 당신께 잘못을 저리르고 당신 눈에 악한 짓을 제가 하였기에 판결을 내리시더라도 당신께서는 의로우시고 심판을 내리시더라도 당신께서는 결백하시리이다. 7 정녕 저는 죄 중에 태어났고 허물 중에 제 어머니가 저를 배었습니다. 8 그러나 당신께서는 가슴속의 진실을 기뻐하시고 남모르게 지혜를 제게 가르치십니다. 9 우슬초로 제 죄..
시편 51 [지휘자를 따라 부르는 다윗의 노래, 다윗이 바쎄바와 정을 통한 다음 예언자 나단이 찾아 왔을 때 지은 시] 하느님, 선한 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어지신 분이여, 내 죄를 없애 주소서. 허물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잘못을 깨끗이 없애 주소서. 내 죄 내가 알고 있사오며 내 잘못 항상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당신께, 오로지 당신께만 죄를 얻은 몸, 당신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한 이 몸, 벌을 내리신들 할 말이 있으리이까? 당신께서 내리신 선고 천번 만번 옳사옵니다. 이 몸은 죄중에 태어났고, 모태에 있을 때부터 이미 죄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마음 속의 진실을 기뻐하시니 지혜의 심오함을 나에게 가르쳐 주소서. 정화수를 나에게 뿌리소서, 이 몸이 깨끗해지리이다. 나를 씻어 주소서, 눈보다 더..
박찬욱 감독이 2003년 발표한 영화 를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영화에서 인용하는 "노루가 사냥꾼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새가 그물치는 자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스스로 구원하라." 하는 구절을 기억할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구약성경의 잠언 6장 4절이라고 나옵니다. 최근 한국 천주교에서 번역한 성경에는 어떻게 쓰여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해당 구절은 잠언 6장 5절이네요. 사냥꾼의 손에서 벗어나는 산양처럼, 새잡이의 손에서 벗어나는 새처럼 너도 벗어나라. - 잠언 6,5 (한국 천주교 2005년 성경) 영화에서 6장 4절이라고 표현한 것은... 실수일까요? ^^; 아래 url에 실린 정보에서는 실수인 것 같다고 하네요. http://ask.nate.com/qna/view.html?n..
도덕성과 종교 서구 기독교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윤리적 믿음과 행동이 10가지 부정적 계명을 밑바탕으로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 계명은 하나님이 모세에게 건네준 석판 위에 다소 부자연스럽게 새겨져 있었다. (10가지 계명들 가운데 실제로 윤리적인 것은 단지 6가지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윤리를 이런 식으로 생각한단다. … 거의 모든 시대에서 너희가 지키려고 노력하는 일련의 규칙들로 말이다." "만일 너희가 10가지 규칙들을 모두 기억할 수 없다면, 한 가지 황금률을 굳게 지킴으로써 도덕적 삶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 "'타인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대로 언제나 타인을 대하라.'" 이 '호혜성 규칙'의 기원은 오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며 세계 각지의 많은 종교들에서 발견된다. 그것은 ..
노르웨이의숲세트(전2권)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사미디어, 2008년) 상세보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노르웨이의 숲 (下)》, 문사미디어(2008). 그렇게 그녀의 이미지는 밀물처럼 끊임없이 잇따라 내게로 밀려와서, 내 몸을 기묘한 장소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 기묘한 장소에서 나는 죽은 자와 함께 살았다. 거기에서는 나오코가 살아 있어서 나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포옹할 수도 있었다. - p.247 기즈키가 죽었을 때, 나는 그 죽음에서 한 가지를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체념으로써 받아들였다. 혹은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 그건 이런 것이었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분명 그건 진..
판관 12,1-7 입타와 에프라임 지파 1 에프라임 사람들이 동원되었다. 그들은 차폰으로 건너가서 입타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암몬 자손들과 싸우러 건너갈 때에, 같이 가자고 우리를 부르지 않았느냐? 네 집을 너와 함께 불태워 버리겠다.” 2 그러자 입타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내 백성과 더불어 암몬 자손들과 격렬한 논쟁을 벌이면서 그대들을 소집하였소. 그러나 그대들은 나를 그들의 손에서 구해 주지 않았소. 3 그대들이 구해주지 않는 것을 본 나는, 목숨을 걸고 암몬 자손들이 있는 곳으로 건너갔소. 그랬더니 주님께서 그들을 내 손에 넘겨주셨소. 그런데 그대들은 어찌하여 오늘 이렇게 올라와서 나와 싸우려 드는 것이오?” 4 그러고 나서 입타는 길앗 사람들을 모두 모아 에프라임인들과 싸웠다. 길앗 ..
……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면 그 아픔이 결국 사라질 거라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손으로 계속 딱지를 건드리면서 그 상처가 낫길 바라서는 안 된다. 딱지는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환경에서 믿음을 갖고 시다리면 상처는 생각보다 더 빨리 회복된다. 그렇다면 건강한 환경이란 무엇일까? 심리치료에서 이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공존하는 관계,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연민을 갖는 관계가 있는 공간을 가리킨다. 이런 관계가 성립하려면 가장 친밀하면서도 서로에게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야 한다. 심리치료사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의 완전성을 믿어야 한다. 치유 과정에 대한 신뢰만 있다면 상처를 일부러 건드리고 딱지를 뜯어낼 필요가 없다. 믿음..
노르웨이의숲세트(전2권)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사미디어, 2008년) 상세보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노르웨이의 숲 (下)》, 문사미디어(2008). “비스킷 통에 여러 가지 비스킷이 가득 들어 있는데, 거기엔 좋아하는 것도 있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만 자꾸 먹어버리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거든. 난 괴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걸 겪어두면 나중에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통이라고.” - pp.206~207. 미도리의 말. 지금 자긴 콜라를 사러 갔고, 나는 그 틈을 이용해서 이 편지를 쓰고 있어. 벤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긴 나도 처음이야. 하지..
노르웨이의숲세트(전2권)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사미디어, 2008년) 상세보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노르웨이의 숲 (下)》, 문사미디어(2008). 무슨 소리를 하든, 세상 사람들이란 자기들이 믿고 싶은 말밖엔 믿지 않는 법이거든. - p.30. “저, 와타나베, 자긴 영어의 가정법 현재와 가정법 과거 차이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라고 갑자기 그녀가 내게 질문했다. “설명할 수 있을 거야.”라고 나는 말했다. “그럼 묻겠는데. 그런 게 일상생활 속에서 무슨 도움이 되지?” “일상생활에서 무슨 도움이 된다든가 하는 건 별로 없지.”라고 나는 말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그런 게 사물을 좀 더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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